[글마당] 지나가는 것은
4월은 다 가기도 전에 5월을 맞을 준비를 한다 퇴색해가는 목련의 자리에 새순을 틔우며 길목마다에 환한 네 얼굴 장미가 보고 싶구나 4월의 염원은 지금 한창이다 가로수길을 걷는다 지나가는 것들이 너무 많은 이 길 파란 물결이 넘치는 이 길에도 푸르름은 지나갈 것이다 내년을 내후년을 기약하지 않아도 검다 희다 말없이 떠나는 것들 걷다가 둠벙이 있으면 바위에 앉아 쉬어가도 되는 길 누군가가 읽던 책을 바위위에 펼쳐놓고 가기를 바라고 있는 당신 앞서듯 뒤서듯걷는 사람들 뒤돌아보지말아요 돌이켜보면 길지 않는 이 길 자주 돌아보아 검은 바위가 흰바위로 변할 수 있다면 푸른 잎 속에 숨어 오수를 즐기는 작은 새 무엇을 꿈꿀까요 하루가 길어서인가 짧아서인가 정숙자 / 시인·아스토리아글마당 얼굴 장미